조성진의 몸짓사전

몸짓 또는 몸의 상태와 관련이 있는 우리말을 그 속뜻을 몰라 말의 울림이 없거나 잘못 쓰는 경우가 많아, 몸쓰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그 답답한 마음을 풀어놓는다.

몸짓말 풀이 모음. 여기를 방문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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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와 같은 형식으로 연재된다.

논다

[네이버]

 1. 놀이나 재미있는 일을 하며 즐겁게 지내다.

 2. 직업이나 일정히 하는 일이 없이 지내다.

 3. 어떤 일을 하다가 일정한 동안을 쉬다.

[몸짓사전] 

 1. 흥을 몸으로 표현하다.

 2. 일정한 규칙이 있는 허구적인 행위에 몰두하다.

 3. 부품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멋대로 움직인다.

[풀이] 

나사못이 헐거워지면 나사못이 논다고 한다. 틀에 매이지 않는 것이다. 우리의 몸은 늘 놀고 싶다. 재미를 찾는다. 뛰거나 흔들고 싶고, 스릴을 느끼고 싶어하며, 환상에 빠지고 싶고, 겨루거나 뽐내고 싶어한다. 모두 어린아이의 특성이다. 성장하면서 무언가에 매이기 시작해 노는 것은 특별한 일이 된다. 재미있는 것보다 의미있는 것이 앞선다. 먹고사는 일을 비롯해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 많아진다. 절대적인 것 앞에서는 경건하고엄숙해야 했다. 권력이나 부가 생기면 지켜야 할 것이 많아 긴장을 놓지 못한다. 무거운 짐을 지거나 무언가를 손에 쥐고는 못 논다. 놓아야 논다.(제주에서는 놓는다를 논다고 한다.) 노는 것은 자유를 누리는 것, 해방이다. 노는 것은 몰입을 가능하게 하며, 그것은 신을 만나는 길, 곧 초월이다. 무당이 접신을 하면 귀신과 자유로운 교감을 하게 되는데, 이 단계에 들어선 것을 논다고 한다.

노는 것 그리고 놓는 것은 낳는 것이기도 하다.(경상도에서는 애를 낳는 것을 놓는다 한다.) 낳아야 엄마와 아기 서로가 자유를 얻는다. 낳는다는 건 생산한다는 것이다. 놀아야 낳는다. 성적 쾌락 없이 후대를 이을 수 없지 않은가? 노는 것이 곧 생산이 되는 시대다. 흥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즐거움을 찾는다. 즐거움을주는 무엇을 만들고자 한다면, 즐거움을 알아야 한다. 잘 노는 사람이 잘 누리는 시대가 온다.

[덤]

ㄴ으로 시작하는 말: 자유,  분리, 이완, 하강의 의미를 품은 말들이 많다. 

{나가다, 나누다, 날다, 낫다, 낮다, 낳다, 내리다, 놀다, 놓다, 눕다, 느슨하다. 느리다, 늦다.}

특별히 나와 너는 분리와 독립의 의미를 강하게 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민족은 기질적으로 개별성을중시하며 자유분방한데, 난장이 그 대표적인 문화다. 우리는 전체주의적인 사회를 오래 견디지 못한다. 

[몸짓선생]

잘 노는 사람은 기운이 밝다. 그것은 잘 까불기 때문이다. 원래 까분다는 말은 곡물의 껍질을 까기 위해 키를아래 위로 흔드는 동작을 말하는데, 그 동작의 경망스러움 때문에 사람의 특정한 행동거지를 가리키는 말로도 쓴다. 난 이 말을 어떤 사람이 자신의 껍질을 까서 본래의 성질을 내보인다는 의미로 쓰려고 한다. 잘 노는사람은 마치 알몸을 드러내듯 자신의 생명력을 발산한다. 그래서 놀이판은 점잖은 사람들에겐 부담스러운자리가 된다. 문제는 그 젊잖음을 벗어던지고 싶어도 몸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잘 놀고 싶으면 까불 생각이 있어야 하고, 까불기 위해서는 몸의 뒷쪽 기운을 써야 한다. 엉덩이와 등근육 그리고 안면근육 중의 하나인 뒤통수힘살에 기운을 모은다. 엉덩이를 의식하면 괄약근이 조여지며 힘이 생긴다. 등근육을 의식하면 가슴이 열리며 몸이 가벼워진다. 뒤통수힘살을 긴장시키면 안면근육이 뒤로 당겨지며 표정이 밝아진다. 그와 함께 뒷목에 기운을 주면(조폭의 폼을 떠올려 보라) 작은 뇌가 활성화되며, 섬세한움직임이 가능해진다. 물론 경험과학에 의한 까불기론이다. 안 되도 본전일테니 도전해 보시라!

애쓴다

[네이버] 마음과 힘을 다하여 무엇을 이루려고 힘쓴다.

[몸짓사전] 하단전에 기운을 모아서 쓴다.

[풀이] 

애는 창자, 쓸개, 간 등의 장기를 이르는 옛말이다. 대체로 명치 아래쪽의 장기들인데 그 쪽으로 모인기운을 쓴다는 말로 보인다. 동양의학에서 말하는 하단전에 가까운 곳이고, 단전이란 기운이 모이는 곳이다. 그러면 굳이 신체의 특정한 부위를 가리켜 말을 한 까닭은 무엇일까? 

용례를 보면 ‘고생한다’, ‘수고한다’와 같은 맥락에서 쓰인다. 근래에는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는식의 부정적인 생각을 담아 쓰기도 한다. 유추해보면, 애쓴다는 물리적인 힘을 동원하는 것이다. 몸을 하나의기계처럼 쓴다는 것이다. 몸은 어찌보면 기계다. 걷고, 달리고, 던지고, 치고, 들고… 이런 행위를 할 때에는애를 써야 한다는 몸 사용법을 말해주는 고마운 말이라 할 수 있다. 쉽게 이해하자. 애는 힘을 쓰기 위해 아랫배에 모인 기운이다. 요즘에 와서야 무거운 것을 들 때에는 다리의 힘을 써야 한다는 정보가 학계의 매우 중요한 연구 결과인양 전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심각한 것은 이런 기계로서의 몸은 점차 쓸모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렇게 찾게 된 몸짓의 원리는 이제 단순 노동 같은 높은 강도의 일보다는 자신을 표현하고 소통하는 몸짓에 더욱 유용하게 될 것이다.

[덤] ‘애처롭다, 애가 탄다.’

애쓴다는 말은 ‘애처롭다, 애가 탄다’와 같은 말과 한 묶음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후자는 감정을 표현하는말이다. 심하게 웃으면 배가 아프고,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프다고 한다. 욕망을 배에 비유하기도 한다. 배알이 꼴린다 하고,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을 말하기도 한다. 애는 힘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감정이기도 하다. 우리 조상들은 그 둘을 하나로 보았다. 심신일원적 사고다. 그러니 흥이 나면 일을 잘 하게 되고, 역으로 흥이 나지 않는데 일을 해선 안 된다. 약이 오르거나 열을 받으면 어려워하던 일도 해낸다. 이 둘이 분리되면 스트레스가 쌓이고, 결국 몸이 망가진다. 한편 너무 애만 쓰고 사는 모습을 보면 애처로울 때가 많다. 온전한 삶은 몸의 기운을 고루 쓰며 사는 것이다.

[몸짓선생] 

명무 이매방 선생이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요즘은 배꼽 밑으로 추는 것들이 없어.” 춤을 출 때, 하단전 특히 하체에 기운이 없으면, 상체의 몸놀림이 자유로울 수가 없다. 애를 쓰지 않고 겉모양만 보여준다는 한탄이다. 애를 쓰지 않고 이룰 수 있는 것은 없다.

배우가 감정을 표현하려면 애를 써야 한다. 가수가 복식호흡을 하며 노래를 한다는 것도 애를 쓰는 것이다. 노래의 어원은 ‘놀애’다. 놀이에서 나온 말이라고 하는데, 나는 이를 ‘애를 놀리는 것’이라 해석한다. 실제 노래를 하다보면 장기들이 꿈틀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단전에 기운을 모으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일단 한번 그 기운을 인지하게 되면 몸이 알아서 해준다. 마임교본에 보면 하단전(center of body)에 기운을 모으려면 항문을 향해 누군가 활을 겨누고 있다고 상상하라는 설명이 나온다(나는 똥침이라고 한다). 실은 무릎을 살짝 구부리고 몸의 무게를 실으면 애를 쓰게 된다. 우리춤의 굴신(屈伸)이 바로 이것이다. 굽혔다 편다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애를 써서 움직이는 원리다. 우리의 몸의 구조는 굽혔다 펼 때 힘이 나오게 되어있다. 서양에서는 이를 웨이브(wave)라 한다. 알고보면 일상의 모든 움직임은 굴신이다. 다만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무의식적으로 지나치는 것을 인지하게 해주는 것이인문학이다. 내가 하려는 일은 몸짓인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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